[연설 전문] 교황, 헌팅턴병 환우들 위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5월 18일 바티칸 바오로 6세홀에서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으로 고통받는 환우들을 비롯해 간병인, 연구자, 환자 변호사들과 만남을 갖고 연설했다.

아래는 교황의 발언 전문.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여러분을 기쁨으로 환영하며, 헌팅턴병과 관련된 만남의 기회에 참여해주신 여러분 각자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카타네오 박사님과 사빈 선생님의 인사말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육신과 삶에서 이 질병의 징후를 겪는 모든 사람들 뿐 아니라 희귀한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도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여러분들 가운데 몇몇이 여기 오시기 위해 길고 어려운 여정에 용기를 내야 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여기 오셔서 저는 대단히 기쁘고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매일 직면해야 하는 어려움과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여러분을 돕기 위해 여러분의 가족들과 의사들, 의료 종사자들과 자원 봉사자들이 얼마나 헌신적이고도 꾸준하게 이 일을 하는지 이해합니다. 이는 많은 오르막을 오르는 듯한 어려움이며 그 중 일부는 극도로 어려운 일입니다.

너무나 오래 걸렸습니다. 헌팅턴병에 걸린 사람들의 삶을 특징짓는 두려움과 어려움은 그들을 오해와 장벽으로 둘러쌌고, 사실상 그들을 소외시켰습니다. 많은 경우에 환우들과 가족들은 수치심과 고립, 포기의 비극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여기에 이렇게 말하기 위해 왔습니다. “절대로 숨어서는 안 된다!” 이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수행해야 할 약속입니다. 우리가 이 말들을 외치는 힘과 확신은 정확히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부분에서 비롯됩니다. 그분께서는 공생활을 통해 많은 환우들을 만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그들의 고통을 떠안으셨습니다. 그분께서는 환우들이 사랑받고 존경받는 감정을 가로막는 소외와 오명을 허무셨습니다. 예수님에게 있어 질병은 사람들을 만나는 데 장애가 아니었으며,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인간은 항상 고귀한 존재이며, 심지어 질병조차 인간의 존엄을 지울 수 없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연약함은 악이 아닙니다. 아울러 연약함의 표현인 질병은, 하느님의 눈으로 볼 때 우리의 가치가 늘 값지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않게 해줍니다.

질병은 만남, 나눔, 연대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환우들은 바로 이 깨달음으로 치유됐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목소리가 타인에게 들린다는 것을 경험했을 뿐 아니라 존경받으며 사랑받는다고 느꼈습니다. 여러분 가운데 아무도 혼자라고 느끼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 가운데 아무도 짐이 되는 존재로 느끼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무도 도망갈 필요가 없다고 느끼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하느님의 눈으로 볼 때 소중한 존재들이며, 교회의 눈으로 볼 때도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저는 이제 환우들의 가족들을 향해 말씀드립니다. 헌팅턴병을 겪고 있는 이들은 자신들 곁에 자기희생과 꾸준함으로 ‘여행의 동반자’가 된 이들이 없다면 아무도 정말로 외로움과 절망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어려운 길에서 매일 침묵 중에 효과적으로 여러분의 가족과 동행하는 아버지이자 어머니이며, 남편이고 아내이자 자녀들이며, 형제자매들입니다. 여러분에게도 때로는 이 길이 오르막길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환우들의 가족들이 혼자라고 느끼지 않도록 격려합니다. 부끄러움이나 죄책감에 대한 유혹으로 굴복하지 마십시오. 가족은 삶의 존엄과 특권을 누리는 공간입니다. 여러분은 연대와 도움의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데 협조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가족들만 보장할 수 있는 것이며, 가족이 삶에로 처음 불리워졌다는 사실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의사들과 의료 종사자들, 헌팅턴병과 연관된 협회의 자원 봉사자들, 그리고 헌팅턴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여러분 가운데는 도움과 연구를 통해 가장 중요한 현장에서 교황청의 일에 기여하는 ‘고통 완화 요양 병원(Ospedale Casa Sollievo della Sofferenza, 일명 고통을 더는 집)’ 직원들도 있습니다. 이분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희망에 대한 구체적인 형태와 여러분을 신뢰하는 가족들의 동기를 제공하는 헌신과 계획 덕분에 가치가 있습니다. 이 질병은 진단과 치료, 도움 등과 관련된 많은 과제를 제기합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의 일에 축복해주시기를 빕니다. 아울러 여러분은 종종 인간존재의 존엄과 어울리지 않는 사회보험 의료보장의 맥락에서, 그리고 다양한 환경 속에서 질병이 수반하는 어려운 시도에 이미 직면해야 했던 이들인 환우들·가족들을 위한 평가기준이 되시길 바랍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어려움이 늘어납니다. 종종 질병에 덧붙여지는 것은 빈곤을 비롯해 강제격리, 전반적인 낙담과 불신 등입니다. 이런 이유로 국내외 협회와 연구기관이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하느님께서 희망을 퍼뜨리는 손과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목소리들입니다!

마지막으로 유전학자들과 과학자들도 여기 계십니다. 이분들은 시간을 내어 힘을 아끼지 않고 헌팅턴병 치료법을 연구하며 조사하는 데 헌신했습니다. 확실히, 여러분들의 작업을 둘러싼 커다란 기대가 있습니다. 이 질병의 결정적인 치료를 모색하는 방법의 희망 뿐 아니라 특별히 첫 번째 징후가 침입하는 진단의 초기단계에서 이 형제자매들의 삶의 조건들을 개선하며 동반하는 일은 여러분의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의 일에 축복을 내리시길 빕니다! 저는 과학적 연구의 세계까지 스며든  ‘낭비하는 문화’에 부채질하는 데 여러분이 일조하지 않도록 격려합니다. 몇몇 연구기관들은 사실 인간 배아를 이용해 필연적으로 파괴를 일으킵니다. 그러나 우리는 과학적 활용성이 예상된다 하더라도, 다른 인간존재와 사회를 위해 인간배아의 파괴가 정당화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압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여러분이 보신 것처럼 여러분은 크고 동기가 부여된 공동체입니다. 헌팅턴병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이들과 고통·어려움 속에서 이 환우들을 돕기 위해 매일 열심히 노력하는 이들 각자의 삶이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주신 희망에 대한 살아있는 증거가 되길 바랍니다. 고통을 통해서도 우리는 함께 여행할 수 있는 풍요로운 선(善)의 길을 지나갑니다.

저는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부디 저를 위해서 기도하시기를 잊지 마십시오. 저도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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